(노인과바다, 1952) 인생의 한 챕터를 지나고 있는 사람이 꼭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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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바다 책소개

노인과바다는 1952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라이프지에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쿠바의 바다를 배경으로 객관적이지만 섬세한 표현을 구사하여 20세기 미국문학을 개척했다고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며칠째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는 볼품없는 노인이 집채만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나는 지금 고기한테 끌려가고 있고, 내 몸은 밧줄걸이가 된 셈이야. 이 줄을 어딘가에 단단히 잡아맬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고기 놈이 줄을 끊어 버릴지도 몰라.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고 있다가 고기를 끌고 갈 때에는 줄을 더 풀어 줘야 해. 이놈이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옆으로 움직여 주는 것 만도 천만다행이지 뭐야.”

회사에 입사한 건 아마도 실려보다는 운에 가까웠다. 평범하다 못해 조금 모자란 내 스펙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직장에 입사했다. 그 시절 나는 마치 “인생의 목표”를 이룬 것 같은 성취감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어쩌면 지금도 회사의 굴레 속에서 정신 줄을 느슨하게 잡은 채 표류하고 있다. 

나는 노인, 고기는 회사. 고기가 이끄는 대로 어떻게 해서든지 밧줄을 꼭 붙들고 있다. 고기가 물속으로 들어가 내가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는 게 천만 다행이라고 여기며 손 아귀에 힘을 잔뜩 쥐고 있다. 

“실컷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곤 뭍으로 날아가 인간이나 다른 새나 고기처럼 네 행운을 잡으려무나.”

삼한사온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날씨가 널뛰기를 하는 계절이다. 이제 곧 3월이 되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누군가는 입학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입사 또는 인사발령을 받게 된다. 회사 선배의 딸은 재수를 시작한다고 한다. 다들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풍랑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작은 새처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꼭 가지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김대리. 왜 이거 이렇게 했어? 내가 지난번에도 매뉴얼대로 지켜서 하라고 한거 같은데,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거지?

– 이00님, 거래처에 그거 발주 안했어요? 납품 안되면 우리 쪽 프로세스에 영향 있는거 아직도 몰라요? 입사 몇 년 차인데 이런 실수를 해요.

모든 걸 외면하고 싶은 날이 있다. 사무실의 모든 화살이 나를 향하고 있어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입사 10년이 넘은 나도 그런 날이 매번 온다. 처음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저 덤덤하게 맞이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한 번은 놓치게 된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건 아니지만 매번 실수하도록 만들어진 건 맞다. 대부분 그러니깐.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말자 다들.

“고기는 이제 반동강이가 되었구나. 한때는 온전한 한 마리였는데. 내가 너무 멀리까지 나왔어. 내가 우리 둘을 모두 망쳐 버렸어.”

– 카카오 샀어? 에코프로비엠 아직 안샀어?

– 신규종목 상장첫날 다 팔아서 커피값은 벌었어. 가만히 있으면 돈 못벌어. 너도 뭐라도 해봐.

언젠가부터 흡연실에는 주식으로 훈수 두는 선배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기껏해야 1~2년 천만원으로 주식 해 본 선배부터, 계속 손실보다가 코로나 때 30% 수익봤다고 으시대는 거래처 차장까지. 온 국민이 주식으로 돈 버는 것처럼 매스컴이 떠들어댔다. 나도 1년 정도 주식 단타의 세계에 빠져서 매일 밤 주식차트 붙들고 지지-저항, 5일선 60일선을 봐가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오전 9시에 장이 시작하면 화장실 한 칸을 차지하고 역겨운 화장실 냄새를 맡으며 바쁘게 손가락을 놀려댔다. 딱 거기까지였다. 1년을 매일같이 정신을 쏟았지만 본전에 못 미치는 손실이었다. 나의 역량부족이라고 평가 받을 수도 있다. 근데 중요한 건 내가 근무하는 여의도 대부분의 전문 트레이더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 그 사실만 명심하자. 노인과바다 처럼 반동강이 고기를 곧 보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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